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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을 언제부터 느끼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빛을 촉감한 처음의 기억은 초등학생이던 여름,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창을 넘어 들어온 햇빛을 만지던 날이다. 빛을 특별하게 인식하게 된 순간은 내가 세계를 다른 촉감으로 인식하게 된 시작이 됐을 것이다. 빛으로 나뉘는 낮과 밤을, 그렇게 어제와 오늘을 구분지을 때 바로 앞에 서서 그 모양새를 지켜보고 싶었다.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면 난 어제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그렇게 사는 것은 참 멋진 일일거라 생각했다. 낮을 통해 밤을 느끼고 바람의 반대에 서있는 것으로 바람을 느낀다. 현실은 가장 현실같지 않은 순간에 되려 손에 잡히고 빛으로 닳고 바랜 사물들은 어제의 흔적을 남긴다. 어떤 것도 오롯이 혼자서는 자신을 나타낼 수 없다는 믿음으로 어제의 방향을 향하는 것은 세계를 대하는 중요한 나의 태도이다.  그 사이에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충실히 흘러가는 시간, 깊이 자리한 습관, 늘상하던 행위의 처음을 다루는 질문을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이젠 시간과 빛에도 깊이 개입하게 된 사회적 위계, 권력관계를 걷어내고 그 자체를 충실히 대하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 나의 작업은 빛을 촉감하듯 시간이 만져질 때, 1분 1초도 보태거나 버릴 수 없는 상태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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